<작가 인터뷰>
 '소설 열하일기'출간한 중견작가 유금호씨

                                                         토요신문 1992년 8월 27일 김태혁기자

실학의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꼽히고 있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생애를 재조명한 책이 시중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목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견작가 유금호씨에 의해 쓰여진 '소설 열하일기'라는 이 책은 연암의 자유분방하고도 풍자정신이 가득 넘치는 해학들을 밑바탕에 깔면서 실사구시 내지 이용후생의 철학을 어떻게 접목시켰는가를 아주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묘사한 장편소설이다.

'연암은 철저한 자유주의자였습니다. 때문에 17세기 후반 그분의 생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적인 인간의 모습을 찾아 헤매는데 온통 바쳐졌습니다. 연암에 대해 소설을 쓰면서 나는 소설을 쓴다는 기분보다는 한국의 풍자정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심정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습니다.'

 
연암 박지원 생애 재조명

유교수가 이야기하는 한국 풍자정신의 뿌리란 '흥부전''춘향전'과 채만식, 김유정의 중간 다리 역할을 연암 박지원 선생이 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표제로 인용된 '열하일기'는 연암의 저작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저서이다. 연암의 철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기행문인데, 정조4년(1780년) 사신일행에 끼워 청나라에 가게 된 기회에 그곳의 문인들과 사귀고, 교류하면서 견문한 바를 각 분야별로 정리 기록한 책이다.

연암은 원래 양반 출신입니다. 그러나 출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삼천리 방 방곡곡을 돌아다니기 좋아했습니다. 책 읽는 것은 매우 즐겼으나 당시의 학문은 고루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하여 멀리한 사람이지요. 양반 출신이 직접 농사도 짓고, 돼지도 키우면서 "과농소초"라는 농업서적까지 내기도 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특채 케이스로 관직에 발탁되어 집안 형을 따라 중국에 가게 되었는데 이것을 기록한 책이 바로"열하일기"입니다.'

 
자유분방한 풍자정신 전편에 가득
실사구시.이용후생 철학 구체적 묘사

이 책은 당시 보수파들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후세들에게는 청나라의 신 문물을 통해 그곳의 실상을 심도있게 소개한 조선시대 기행문학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실제 연암은 당시 사람들로부터 "사문난적"(정통적인 학문을 흐리는 사람)이라 하여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연암의 삶과 문학 자체가 적응보다는 도전이었고, 모방보다는 창조, 전체보다는 개성, 수용보다는 개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의 뿌리 쪽에 깃들인 저 끝없는 본질과 실체의 추구, 자기 확인의 고독한 싸움을 끝없이 한 사람이다.

연암에 대한 일화는 너무 많이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좀더 좋은 돼지와 말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우량종들을 직접 골라 교미시키는 일 같은 것은 후세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차피 문학을 한다는 행위가 안주를 거부하는 저항의 몸짓에 관련되어 있다면, 나는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 연암 선생을 만나 자유를 향유했던 잠시의 행운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연암은 풍자를 통해, 때로는 직접 행동으로 힘에 부치는 것을 알면서도 거대한 위선의 바윗돌들에 스스로 부딪쳐가면서, 그래서 상처 입고 질시 받아 가면서 철저히 자신의 자유 의지 속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던 분입니다.'

한국민의 뿌리 찾기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열하일기'의 작가 유씨가 계획하고 있는 책은 '高麗舞 3권'.

그 동안 1, 2 권이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고려무'는 고려시대 천민들의 애환을 다룬 책이다. 이번 3권에서는 고려시대 노예반란을 일으켰던 '만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인데 특히 천민들의 신분 수직 상승에 대해 그릴 예정이다.

'"만적의 난"은 천민이 양반에게 공식적으로 대항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광주항쟁과 연관시켜 한국민의 저항정신, 자유의지를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열하일기'의 저자 유금호씨는 1942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공주사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 대학원을 거쳐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하늘을 색칠하라'가 당선, 문단에 데뷔했으며 작품집으로는 '하늘을 색칠하라' '깃발''겨울에 내리는 비' '고려무' 등이 있다. (김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