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껴안는 치열한 삶, 유금호 신작장편 '내 사랑 風葬'

                                                                       취재: 서동철 기자(대한매일_
                                                                                       1999년 11월 10일

중견작가 유금호의 신작 장편 '내 사랑 풍장(風葬)'(개미 출판사)은 요즘 인기 있는 젊은 작가군의 작품들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어두웠던 한 시대를 배경으로 죽음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젊은이들의 고통스러웠던 정체성 찾기와 연결시킨 만큼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오랜만에 괜찮은 소설을 한편 읽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유금호는 1964년 매일신문의 전신인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하늘을 색칠하라'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뒤 줄곧 예술가의 본질적 자유를 치열하게 추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작품의 중심 축을 이루는 '죽음'은 문학적 모티브로서 분 아니라, 학문적으로 그가 파고드는 대상이기도 하다.

목포대 국문과 교수인 그는 '한국현대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연구' 등의 연구서를 낸 적도 있다.

 
자살 등 갖가지 죽음의 모습 통해
존재의 의미 집요한 탐색

작가는 죽음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죽음을 바라보게 되면 정반대로 삶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출생에서, 관습, 관계, 제도, 심지어는 육체 혹은 섹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본질적으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소설은 시베리아 사는 축치족의 장례풍습을 담은 TV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사람이 죽으면 바위산으로 시신을 옮겨 잘게 토막내어 독수리들이 쉽게 먹도록하는 티베트의 조장(鳥葬) 등의 장례 풍습을 시인 '윤'의 목소리로 소개한다. 먼저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을 덜어내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러고나면 문학을 공부하는 대학 조교인 '나'가 겪는 각가지 죽음의 양상이 펼쳐진다. 분신자살한 운동권 학생과 화가인 그 누이의 자살, 나이든 아버지가 병약해져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 바다에 빠져죽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젊은이를 최고의 신 '테즈카틀리포카'로 추대하고 그가 건강할 때 심장을 바쳐 진짜 신의 노쇠를 막는 아즈텍의 톡스카틀 축제.....

작가는 '소설가는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결국 자기가 쓸 수 있는 세계만을 쓰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이 작품도 6.25때 둑길에 널부러져 있던 이웃 아저씨의 주검과 학교 선생으로 지켜 봐야했던 제자의 분신, 친구와 가족들과의 예고 없는 이별, 그리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났던 안데스, 돈황, 페루 등지로의 여행 경험 등이 죽음의 의미 속에 응축되어 있다.(서동철 기자)